도수치료는 단순히 특정 테크닉(Manual Technique)을 정해진 순서대로 적용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가끔 ‘루틴한 치료’만을 반복하는 물리치료사를 두고 “그냥 마사지사 아니냐”고 비난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치료사와 마사지사를 구분하는 중요한 차이가 ‘평가(evaluation)’의 존재 유무라고들 하는데, 저 역시 이에 공감합니다.
저는 도수치료사의 “실력”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실력이라는 것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여러 병원을 거치며 다양한 물리치료사를 만나본 경험상, 일부 치료사는 특정한 능력만으로 자신이 매우 뛰어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실력의 요소는 한두 가지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테크닉, 지식, 운동 수행 능력, 언변, 성실성, 촉진 능력, 평가 툴에 대한 이해도, 환자와의 유대감, 설득력 등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수치료사의 실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를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평가 능력’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말하는 평가 능력이란, 수많은 평가 툴을 모두 알고 매번 모든 평가를 수행하는 걸 의미할까요?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평가 능력은 제한된 시간과 환경 속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통증의 원인’을 추론하고, 그 가설을 신속하게 검증하는 역량을 뜻합니다.
어쩌면 직관력과 통찰력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료실에서 주어진 30~60분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갑니다.
모든 장비와 도구를 일일이 사용하고 방대한 평가 프로토콜을 모두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평가에만 시간을 모두 투자한다면, 정작 치료는 언제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치료사의 ‘주관성’에 대한 우려가 언제나 뒤따릅니다.
이는 편협한 사고로 흐를까 하는 걱정이겠지요.
그러나 이는 주관적이지만 비합리적이지 않은 판단 과정입니다.
마치 연구자가 실험 가설을 세우고 검증한 뒤, 결과를 바탕으로 이론을 다듬어가는 것과 유사합니다.
결국 한 명의 물리치료사가 한 명의 환자를 대하는 전 과정은, 치료사의 입장에선 하나의 케이스 연구와 다름없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치료사는 임상 현장에서 마주한 수많은 케이스를 통해 통찰력과 직관을 쌓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수치료사의 진짜 실력은 제한된 시간 안에 가장 적절한 치료 전략을 선택하는 능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오랜 시간 노력해야만 발휘할 수 있는 후천적인 재능일 것입니다.
통찰력을 얻는 과정은 ‘정(定)-반(反)-합(合)’의 순환 고리와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관절 주변에 통증이 있다면, 먼저 해당 부위에서 흔히 나타나는 구조적·기능적 이상을 가설로 세웁니다(정).
그 후 관절 가동성 검사, 근육 긴장도 평가, 신경학적 징후 확인 등으로 이를 검증합니다(반).
가설에 부합하는 결과라면 즉각 해당 가설에 맞춘 도수치료를 시행하고, 치료 반응을 살펴봅니다.
반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거나 치료 후에도 기대한 호전이 없다면, 곧바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다른 가능성을 모색합니다(합).
이러한 과정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평가를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이 시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다양한 평가 방법을 동시 적용하면, 어떤 치료가 환자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최근 직원이 작성한 케이스 보고서에서도 여러 평가 방법을 한꺼번에 사용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 제가 조언을 건넨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의도를 한 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시아 스포츠 의료 봉사단 단장, 김경태 정형외과 물리치료실 실장 이경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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