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 면허시험이 얼마 전에 끝났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내년 14년 차 물리치료사가 되니 졸업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물리치료사로 첫발을 디딜 당시를 돌아보면 여전히 또렷이 기억에 남는 한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그 선택이 어쩌면 제 인생을 바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방 대학의 물리치료학과 1회 입학생이었고, 졸업을 해도 선배나 멘토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졸업 후 어느 병원이든 취직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컸지만, 정작 제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성장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계획이 없는 막연한 상황이었지요.
아마 국시를 친 분들 중에 저랑 비슷한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때 당시에 저는 ‘적당한 시기’에 ‘적당히 들어갈 수 있는 병원’을 선택했고, 당시 경산(대구 외곽)에 위치한 한 의원급 병원에 취업했습니다.
단지 다른 곳보다 월급을 10만 원 정도 더 준다는 이유만으로 그 당시에는 기뻐했었습니다. 바보같이.
하지만 막상 일해보니 곧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왜 월급이 조금 더 높은지요.
그곳에는 매일 아침 노인 환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대기하는 병원이었습니다.
이분들은 적극적인 치료나 신체 기능 개선 의지보다는, 오랜 만성 통증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단순 물리치료나 핫팩을 받기 위해 찾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핫팩, ICT를 10분만 더 해달라고 떼쓰는 분들과 대기하는 분들이 많아서, 거절할 수밖에 없는 신졸의 제가 거기에 있었죠.
그 당시에 그런 상황이 참 힘들었는데, 환자분들을 비난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환자로서 각자 필요한 서비스가 있고, 연세가 많은 분들은 통증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오직 문제는 저에게 있었습니다.
막연하게 내가 원하는 게 어떤 건지 몰랐지만, 일을 해보니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알게 된 것입니다.
당시 저는 뚜렷한 목표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문성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물리치료사로서 전문성이 있는 진짜 치료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구나.”
그 깨달음과 함께 저는 과감히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제 인생을 바꾼 한 가지 선택을 합니다.
바로 “지역”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고향을 떠날 각오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지역이든 내가 실력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병원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 결심은 지난 13년간의 제 물리치료사 인생을 크게 바꿨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을 따지지 않고 가능한 모든 병원에 이력서를 넣었고, 수많은 곳에 면접을 가며,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연고도 없는 인천으로 올라가, 젊은 물리치료사가 많은 근골격계 환자를 다루는 병원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은 매주 스터디 모임을 갖는 저와 같은 치료사가 많은 병원이었습니다.
다양한 수술 케이스를 접할 수 있는 종합병원이었고, 유난히 바쁜 곳이었기에 매일매일이 고된 일정이었지만, 그 덕에 저는 임상 역량을 빠르게 쌓을 수 있었습니다.
업무 후에는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고단한 하루를 털어내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학습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쌓인 경험과 성장은 결국 저를 한 명의 전문 물리치료사로 자리 잡게 해준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다소 어긋나 있었지만, 비교적 이른 시기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 참 다행스럽습니다.
특히 ‘지역’이라는 틀을 벗어나 병원을 기준으로 일자리를 고르는 전략이 저에게는 매우 올바른 선택이었습니다.
만약 신졸의 입장에서 “내 지역, 원하는 연봉, 원하는 업무 내용”을 모두 충족시키려고 했다면,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점은 ‘메타인지’의 중요성입니다.
즉,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지를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한 환경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것이 길고 긴 커리어 여정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과 떨어질 수 없고, 친구와 꼭 만나야 하고, 외로움을 견딜 수 없고,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면 저와 같은 선택은 할 수 없었겠죠.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 또한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저 저는 일해보니 내가 원했던 나의 모습이 전문성 있는 물리치료사라는 것을 깨달았던 거죠.
잠깐의 불편함이나 새로운 지역으로의 이동이라는 작은 희생이, 앞으로의 커리어와 삶의 질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음을 몸소 깨달은 셈입니다.
이 모든 경험과 과정을 돌아보면, 결국 저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성장 환경”을 찾아 과감히 발을 디딘 선택을 통해 지금의 커리어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 스포츠 의료 봉사단 단장, 김경태 정형외과 물리치료실 실장 이경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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