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학회 세미나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케이스 스터디 형식의 세미나였는데, 저는 경추 통증 환자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평가 도구로는 엑스레이와 수동 및 능동 관절 가동범위(passive & active Range of Motion, ROM) 검사를 활용했고, 사각근 증후군(Scalene Syndrome)을 언급하며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강연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었고, 참석자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Q&A 시간에 한 물리치료사께서 이런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공격이었죠.
"Adson Test를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사각근 증후군을 확신할 수 있나요?"
약간의 설전이 오갔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말 Adson Test와 같은 스페셜 테스트를 반드시 시행해야만 사각근 관련 증후군이나 흉곽출구증후군(Thoracic Outlet Syndrome, TOS)을 확진할 수 있을까요?
스페셜 테스트가 없었다고 해서 제가 내린 판단이 잘못된 것일까요?
이 얘기를 적는건 최근 Special Test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한번 받았기 때문입니다.
2024년 12월, 라오스 한국대사배 야구 대회에 의무팀으로 초청되어 갔을 때 였습니다.
몇몇 단원들과 함께 선수들에게 재활과 도수치료 등을 제공하던 중, 한 단원이 질문했습니다.
"단장님은 환자를 평가할 때 스페셜 테스트가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주 좋은 질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왜 우리가 스페셜 테스트를 활용하는지에 대한 본질적 물음에 대한 저의 의견을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스페셜 테스트란, 특정 자세나 동작을 통해 관절, 근육, 신경, 혈관 등의 구조에 자극을 주어 증상을 보다 명확하게 재현하고, 이를 통해 진단적 단서를 얻기 위한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Adson Test는 흉곽출구증후군(TOS)을 의심할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검사 중 하나로, 경추를 후방으로 신전하고(head extension), 테스트할 쪽으로 회전시킨 뒤(ipsilateral rotation), 환자가 깊은 흡기를 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때 상지(팔)를 약간 외전, 신전, 외회전하여 흉곽출구를 좁히고 맥박 변화를 관찰하거나 저림 증상을 유도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테스트들은 사실 ‘특별한 마법’이 아닌, 기본 ROM 검사나 스트레칭, 신경가동성 검사 등을 변형한 형태에 가깝습니다.
즉, 특정 증상을 쉽게 재현하기 위한 일종의 편의적 도구이며
구조 및 기능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상황에서 시행하면 편하게 증상을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다시 처음 발표했던 사례로 돌아가 봅시다.
경추 통증을 호소하던 그 환자에게서 저는 이미 일반적인 경추 ROM 테스트 과정에서 사각근에 의한 저림 증상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Adson Test를 추가로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판단이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요?
증상이 이미 명확히 나타난 상황에서, ‘특화된’ 스페셜 테스트를 추가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요?
스페셜 테스트는 임상에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며, 그 신뢰도와 타당도는 문헌마다 상이합니다.
특히 흉곽출구증후군과 관련된 스페셜 테스트들은 연구마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크게 달라, 일관된 수치를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일부 연구나 리뷰 논문들에 따르면, Adson Test를 포함한 전통적 TOS 관련 테스트들은 낮은 민감도(0~28%) 또는 변동성 큰 특이도를 보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단일 테스트로 확진을 내리기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국 테스트 자체에 매몰되기보다는, 구조와 기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임상 정보(병력 청취, 영상 검사, ROM 평가, 근력 및 감각 검사 등)를 통합하여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스페셜 테스트를 배우기 전에 ‘왜 이 테스트를 하는지’ 즉, 해당 구조와 기전을 이해한다면 자연스레 필요할 때 적절히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페셜 테스트는 본래 "증상을 쉽게 확인"하라고 만들어진 편의적 도구이며, 그것의 가치도 거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테스트 명칭이나 절차를 맹목적으로 외우거나, 특정 테스트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평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접근입니다.
"단장님은 환자를 평가할 때 스페셜 테스트가 가장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위와 같은 답변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이 제게는 너무나 기뻤습니다.
왜 그럴 때 있잖아요.
말싸움 실컷한 뒤에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
그 때 이 말을 했었어야 했는데... 아쉬워 하며 이불을 차는 그런 순간
못해서 아쉬웠던 그 말을
몇 년이나 지난 후 였지만 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쁜 순간이었습니다.
아시아 스포츠 의료 봉사단 단장, 김경태 정형외과 물리치료실 실장 이경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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